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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9월이 된다.
7월부터였을까? 아니면 5월쯤부터였을까? 시간 가는 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9월이 오는 게 두려웠다.
9월은 우리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달이다. 오랫동안 그리웠던 가족과 친구를 만나고, 먹고 싶었던 것을 먹고, 보고 싶었던 텔레비전과 신문과 책을 보기 시작했던 달이다. 그러니까, 작년 9월이다.
1년 동안 무얼 했을까? 좀더 정확히 말해서 이 물음에 대답하기가 나는 두려운 것 같다.
이제 완전히 현실에 두 발 딛고 섰다고 여기면서도, 가끔씩 출근하면서 밥 먹으면서 잠자리에서, 여기가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편의점에서 지갑을 열어 만원짜리를 꺼내다가 문득, 둘이서 10불로 일주일을 살던 인도 여행을 떠올리기도 한다. 아침에 커피를 타다가 문득, 터키 사람들이 좋아하는 하얀 각설탕이 떠오른다.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희멀건 키위주스를 마시다가 문득 이란의 멜론주스가 떠오른다. 그럴 땐 뒷목이 뻣뻣해지기도 하고, 심장이 뛰기도 한다.
그리운가 보다. 늘 그렇지만, 지금 여기가 아닌 언젠가의 다른 곳을 나는 그리워하고 있다.
오늘밤 필리핀 세부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이번에는 바다거북, 이 녀석을 꼭 보고 올 테다. 친구, 거기서 좀 더 기다려라. 너를 위해 준비한 게 아주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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