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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lt (2005-07-27 15:00:29, Hit : 5353, Vote : 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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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man]요르단에서 사랑니 뽑은 이야기


#엄청 큰 Red의 사랑니. 크기도 하거니와 깊숙이 박혀서 수술도 오래 걸리고 낫는 데도 오래 걸렸다...


‘사랑니’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을까?
사랑, 사랑니, 둘중 어떤 게 더 아플까?
이렇게 아프게 누굴 사랑해본 적 있어?
내가 물었다. 하지만 얼음 봉지를 턱에 대고 누워 신음하고 있는 그는 그런 쓸데없는 질문에 답할 여력이 없어 보였다. 그는 정말이지, 아프게 앓고 있었다. 6월 14일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Red는 사랑니를 뽑았다.
사랑니가 잇몸을 쑤셔대기 시작한 것은 일주일 전쯤. 사랑니 뽑는 게 보통 일이 아닌데, 먼 나라에서 그것도 영국도 프랑스도 아닌 요르단에서 ‘수술’을 감행하려니 엄두가 안 났던 모양. 참고 참다가 도통 아무것도 씹을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자, Red는 아무래도 치과에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클리프 호텔의 미소천사 사미르한테 치과를 수소문하니 한 의사를 소개해주었다. 전화로 약속을 하고 의사를 만나러 갔다.(병원인 줄 알았더니 ‘클리닉’이라는 작은 간판을 단 의사 집이었다.) 사정을 이야기 하고 문제의 ‘부위’를 보이니 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해야 한단다. 한국에서 검진을 한 적이 있어 Red는 사랑니가 바로 나지 않고 누워 났다는 걸 알고 있었다.(Salt 왈, 에이그! 뽑으랄 때 뽑지! Red 왈, 여기서 탈이 날지 누가 알았나?)
의사가 이곳저곳에 전화를 해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았다. 문제의 수술비는 70JD(약 10만원). 1년 넘게 가난하게 살다보니, 그 정도 액수면 일단 입부터 벌어진다. 비싸네! 의료보험이 안 되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닌데, 어쨌든 큰돈이긴 했다.
그런데, 수술비 때문이 아니라, 지금 당장 가서 뽑자는 말에 우리는 선뜻 따라나설 수가 없었다. 요르단에서 사랑니를 뽑아도 되는 건지 둘다 몹시 겁이 났기 때문에.
하루를 더 망설이고 수술을 하러 갔다. 다행이 병원도 깨끗해 보이고, 의사는 ‘사랑니 전문의’였다. 그런 전문의가 있는지 처음 알았지만. 한국에서처럼 엑스레이를 찍고, 마취를 하고, 이를 뽑고, 바늘과 실로 꿰맸다. 항생제과 진통제를 처방받아 약국에서 사먹고 우리는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물론 병원이 깨끗하고, 약국에는 없는 약이 없지만, 요르단은 한국과는 다르다. 의사는 위생장갑을 낀 채 핸드폰 버튼을 꾹꾹 눌러 통화를 하고 그 손으로 거즈에 소독약을 바른다. 수술하는 동안 진료대는 피바다가 되어 치료를 받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괴롭다. 게다가 처방받은 진통제는 2시간이면 약효가 떨어져 다음 약 먹을 시간이 될 때까진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
암만에서 Red는 꼬박 4일을 앓았다. 끼니마다 나는 감자를 으깬다, 죽을 끓인다 부산을 떨었지만 그는 점점 야위어갔다. 누워 있는 그에게도, 약먹으란 소리밖에 해줄 게 별로 없는 나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서양에선 사랑니를 wizdom tooth라고 부른다. 아랍어로는 어떻게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의사들과는 영어로 대화했으니, 우리도 줄곧 ‘wizdom tooth'라고 불렀다. 그 이름은 또 어떤 연유에서 붙여진 것일까? 잇몸 속에 숨은 말썽쟁이 이 하나를 앓으며 우리 둘은 동감했다. 사랑니도 아프지만, 사랑도 사랑니만큼 아프다는 것을. 그리고, 이 하나를 덜어낸 공간에 작은 지혜가 샘솟기를, 잇몸이 어서 차서 아물기를 기도했다.

(예고! 이집트에서 실밥 뽑은 이야기. 기대하시라...^^)






백팩커
여행지에서 아픈것처럼 맘 상하는게 없죠.
그래도 잘 치료하셔서 다행이네요.
힘내시길...!
 200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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